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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LG도 찜했다, 폐플라스틱에서 기름 뽑는 한국의 오일 갑부

    2022-12-061050

  • [스타트업 취중잡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기기 개발 기업 ‘에코인에너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박유연 기자 / 김영리 더비비드 기자]국을 대표하는 기업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17년 전 “Green is green”이라는 말을 남겼다. 여기서 앞의 green은 환경을, 뒤의 green은 녹색을 띤 달러 지폐를 가리킨다. 환경이 경제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당시만 해도 그의 주장에 세계는 미온적이었다. 환경산업은 투자 대비 효율이 낮아 ‘돈 먹는 하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17년이 지나 이멜트 회장의 예측은 적중했다. ‘환경이 곧 돈’인 시대가 왔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대표적이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폐플라스틱이 미래 자원으로 떠오르며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시장은 2021년 55조원에서 2026년 79조원으로 매년 7.5%씩 성장 추세에 있다.


    뛰어난 기술력만 있다면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도 얼마든지 승부를 낼 수 있다. 폐비닐을 이용해 석유를 생산하는 에코인에너지의 이인(39) 대표를 만났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화장치를 개발하는 에코인에너지의 이인 대표. /더비비드

    ◇플라스틱 쓰레기를 끓여 다시 기름으로

    에코인에너지는 재활용이 어려운 폐플라스틱을 기름으로 재활용하는 기업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무산소 상태에서 300~500도로 가열하면 기름이 나오는데, 이걸 ‘열분해유’라고 한다.

     

    열분해유는 염소 등의 불순물 때문에 플라스틱의 원료로 재사용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최근 후처리 기술이 개발돼 열분해유에서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까지 증류할 수 있게 됐다.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다시 플라스틱의 재료가 나오는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진 것이다.



    에코인에너지의 열분해유화장치 'TMR4K'와 그 앞에 선 이인 대표. /에코인에너지


    바젤협약으로 폐기물 처분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졌고, 전세계적으로 재생 열분해유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이 늘었다. 열분해유화장치 기업은 단순 기름 생산을 넘어 장비 경량화와 수율을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품질 좋은 열분해유’는 곧 나프타의 비율이 높은 제품을 의미한다.


    ‘에코인에너지는 자체 열분해유화장치 ‘TMR4K’를 개발했다. 에코인에너지의 열분해유를 롯데케미칼과 SK지오센트릭에 분석 의뢰한 결과, 52% 이상의 나프타 비율을 함유한 고품질 열분해유로 인정받았다.



    장치에서 열분해유를 추출하는 모습. 열분해유에는 나프타가 들어있어 다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에코인에너지


    에코인에너지는 직접 개발한 장비를 납품하고 운영하며 연 10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2015년 창업 이후 30건 이상의 정부지원 과제를 수행하며 기술을 다듬어왔다. 최근 프리A 단계에서 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직접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자체공장에서 열분해유 생산하는 ‘폐플라스틱 완전처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14건의 특허 기술 확보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8월 LG전자·LG화학이 운영하는 LG소셜캠퍼스의 소셜 벤처 지원 사업 ‘LG소셜펠로우’에 선정됐다.


    ◇대금 연주가에서 기름 장수로

     

    이 대표는 10살 때부터 국악기인 대금을 불었다. 국립국악고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으로 진학했다. 17년간 대금을 원 없이 불어보니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창업이었다.



    대금연주가였던 이 대표의 모습. /이인 대표 제공


    2010년, 대학 졸업과 함께 대금 연주자의 삶을 은퇴하고 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어렸을 때부터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끼고 있었어요. 매주 아버지와 낚시하러 가면 하루가 다르게 수질이 오염되는 게 보였고, 없어지는 낚시터도 나왔어요. 대금 연주자로 전국 팔도 공연하러 다니면서는 무방비로 버려진 쓰레기 문제를 자주 목격했습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 정도로 창업할만한 전문지식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환경 산업 파악에 매진했다. “신문, 전문 학술지, 각종 환경 단체 협회보, 분기 보고서 등을 찾아 읽었습니다. 미래 유망 기술, 산업을 위주로 찾아봤죠. 정부 지원 사업들의 공고를 보며 어떤 산업이 주목받고 있는지 확인했죠”



    폐플라스틱 집하장의 모습. /에코인에너지


    산업 동향을 알려면 관련 분야에서 일을 먼저 해봐야겠다고 판단했다. 수소문 끝에 지인의 소개로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기업에서 근무하게 됐다. “폐기물 재활용 시장은 정부 허가업에 속하기 때문에, 취직해 일해보지 않고서는 폐기물의 유통 경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어요. 아는 게 없으니 기초 업무부터 시작했죠. 폐기물 분류 공장 관리직으로 시작해 나중엔 폐기물 거래까지 담당했어요.”

     

    3년간 생산관리직으로 근무하면서 처음 폐비닐 열분해유 기술을 접했다. “근무하던 공장에서도 열분해 장비를 이용해 폐플라스틱으로 기름을 추출하고 있었어요. 당시엔 정제과정이 미흡해 열분해유의 상품성이 떨어졌죠. 등·경유 대신 쓰이는 저효율 연료유에 불과했어요. 수익성이 떨어지니 기술 발전 속도도 더디고, 기업들도 영세한 상황이었습니다.”


    국내 폐기물의 유통 경로에 대해 설명하는 이 대표의 모습. /더비비드


    하지만 기술력만 뒷받침되면 도심 한복판에서 원유를 추출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근무하던 기업이 폐업을 고민하자 이 대표는 인수를 결심했다. “폐플라스틱의 70% 이상은 소각 처리되는 상황이에요. 기름을 만들 재료는 충분한데, 방법을 몰라 헤매는 상황이죠. 세계적으로는 각국이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는 등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이었어요.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는 시점이었어요. 시장을 선점할 기회라 판단했죠. 갖고 있던 자금에 빚까지 내 기업을 인수했어요.”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은 이렇게 나옵니다

     

    공장 인수 후 전문가부터 영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책임 연구원 출신 물리학 박사, 대기업 연구소장 출신 화학 박사 등을 영입해 부족한 부분을 채웠습니다. 열분해유의 산도를 제거하는 법, 열분해유의 염소 제거 장치 구조 등의 특허를 내며 기술력을 키워갔고요.”



    에코인에너지의 장비로 추출한 열분해유 샘플. /에코인에너지


    정제 기술의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열분해유 생산 장비 설계에 돌입했다. “장비에 폐비닐과 생활 플라스틱 폐기물을 넣고 가열하면 평균 63%의 수율로 열분해유를 생산합니다. 시장에 공개된 열분해유의 수율 중에서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석유화학공정의 원료로서 경쟁력을 갖췄죠.”


    에코인에너지가 만든 열분해 유화장치의 최대 강점은 장치의 크기와 이동성이다. 기존 설비형태는 모두 공장형 플랜트였다. ‘로타리 킬른형’이라고 불리는 회전형 반응기가 대부분이다. 부피가 커서 공장을 건축해야만 했다. 반면 에코인에너지의 장치는 이동이 가능하다. 장비를 1톤 트럭으로 운송할 수 있을 정도로 부피를 줄였다. 1대에 필요한 최소 공간이 타사 제품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장치 1대당 폐기물 처리용량은 하루 4t이다. “10배 큰 장치의 절반 정도 성능을 보입니다. 부피에 비하면 훨씬 많은 용량을 처리하는 거죠.”


    여러 국책과제를 수행한 덕에 지역적 특성에 맞는 장치를 개발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환경부를 통해 ‘종합 재활용업’ 허가를 받은 곳만 폐기물을 수집하고 거래할 수 있어요. 이 기업들이 전국에 250곳 정도 퍼져있죠. 특정 지역에 대규모 공장을 세우는 것보다 거점 형식으로 소형 장치가 전국에 설치돼 있는 것이 유리합니다. 폐기물을 운반하는 시간과 금전적 부담이 덜어지니까요.”


     

    ◇예술과 사업의 공통점이 있다면



    산업의 문제를 합리적 대안으로 해결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역할이라고 강조한 이인 대표. /더비비드


    아모레퍼시픽, 롯데케미칼,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과 협업을 하면서 업계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최근 LG소셜펠로우로 선정되며 LG소셜캠퍼스를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 기회도 마련했다.


    최근 2세대 장비의 설계를 마무리했다. 회당 8시간 정도 걸리던 열분해유 생산 시간을 6시간 이내로 단축한 제품이다. “2세대 장비를 생산하고 원활히 보급하는 것이 단기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폐기물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폐플라스틱 열분해에 쓰는 시스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허투루 쓰이는 자원이 없도록 촘촘한 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스타트업은 세상에 ‘알맞은 대안’을 제시하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에 대한 문제점과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은 많아요. 하지만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는 기업은 드물죠. 그만큼 어렵기도 하고요. 항상 사업의 방향성을 정할 때 자문자답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정말 이 방법이 맞는지, 옳은 방향인지 계속 되짚어보고 매사 신중히 처리하죠. 다수가 만족할만한 답을 도출할 때까지 버티는 끈기가 중요해요. 끝없이 연습하고 될 때까지 해보던 연주가로서의 삶에서 배운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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