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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이 한국 청년이 페트병으로 뭘 만들었는지 보세요”

    2022-11-09924

  • [스타트업 취중잡담] 사회 문제 해결하는 똑똑한 스타트업, 만만한 녀석들·엘에이알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박유연 기자 / 김영리 더비비드 기자] 소셜벤처는 사회문제 해결과 수익 창출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추구하는 기업이다. 실업, 인구감소, 환경오염 등 사회문제 해결만 신경쓰는 비영리 단체에 머물러선 안되고, 이윤만 바라보는 기업이 돼서도 안 된다. 기업의 수익 활동 자체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어야 하니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여러 스타트업이 소셜벤처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한다.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많은 이들이 응원한다.



    사회적 경제 기업인 만만한녀석들의 장철호 대표(왼쪽)와 엘에이알의 계효석 대표.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서 돈을 버는 수익 모델을 실행 중이다. /더비비드


    LG소셜캠퍼스는 친환경 분야 사회적 경제 기업 지원 프로그램 ‘LG소셜펠로우’를 12년째 운영한다. 사회적 경제 기업 중에서도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을 돕는다. 매 기수의 선발 과정마다 경쟁률이 높아 업계에선 LG의 안목이 소셜벤처의 기업 가치를 가늠하는 ‘보증수표’로 통한다.


    LG소셜펠로우 지원 기업인 만만한녀석들의 장철호(38) 대표와 엘에이알의 계효석(34) 대표를 만나 어떤 경쟁력을 가졌는지 들었다.


    ◇한 번 만들어 70번 쓰는 행사 집기

    행사 소품 대여·연출 기업 만만한녀석들은 ‘테이블타임즈’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테이블타임즈를 통해 재활용 목재 행사 소품을 만들어 공간을 연출하고, 필요한 이들에게 행사 집기를 빌려준다. 행사장에 있는 입장 게이트와 간판부터 플리마켓용 매대, 나무 벤치, 간판, 행사 부스 가구 등 행사에 쓰이는 모든 집기를 나무로 제작한다.



    행사장에서 나오는 각종 쓰레기들. 행사가 끝나면 집기로 쓰인 나무, 일회용품, 비닐 등이 각종 쓰레기로 전락한다. /장철호 대표 제공


    행사 목적을 알려 주면 직접 기획도 한다. 만만한녀석들이 다루는 행사는 1년에 100건이 넘는다. 장 대표는 “목수 3명이 직접 만든 행사 가구를 현장에서 조립한다”며 “재활용을 위해 철수 작업도 심혈을 기울여서, 남는 쓰레기가 거의 없게 한다”고 했다.


    직접 설계한 행사용 가구들은 비를 맞으면 다시 말려 사용해도 될 정도로 튼튼하다. 70회 이상 재활용할 수 있고 모든 가구가 조립식으로 만들어져 보수도 간편하다. 기업은 일반적인 행사 비용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을 꾸밀 수 있고, 친환경 행사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만만한녀석들 장철호 대표가 버려진 행사 집기를 재활용해서 새롭게 행사 집기와 소품을 만들고 있다. /장철호 대표 제공


    박람회·전시회·기업 야유회·지역 축제·어린이 야외 행사 등 각종 일회성 행사를 꾸민 후 버려지는 목재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가장 큰 사회적 가치다. 장 대표는 “나무 간판으로 대체할 수 있는 행사용 현수막 폐기물까지 감안하면 행사 집기를 재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폐기물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고 했다.


    만만한녀석들의 장철호 대표는 2012년 동아대학교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의류 업체 유니클로에서 일했다. 백화점 매장 관리를 담당하면서 공간 연출에 대한 기본 지식을 익혔다. 이후 친구와 함께 낡은 주택을 고치며 그 경험을 블로그에 올린 것이 계기가 돼 창업까지 하게 됐다. 주로 상업 공간을 연출했는데, 일회성 플리마켓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버려지는 폐기물을 목도했다. 장 대표는 “단순히 버려지는 게 아깝다는 생각을 넘어 충격을 받았다”며 “하루 행사를 위해 만들었다가 행사가 끝난 후 모조리 버리는 게 무척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창업 계기를 말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2022 서울장미축제, 2022 NCT 드림 콘서트, 2022 패패부산, 2022 스타필드하남 프레시 가든. 모두 테이블타임즈(만만한녀석들)이 만든 행사 집기들이다. /장철호 대표 제공


    만만한녀석들은 집기가 버려지는 이유부터 주목했다. 장 대표는 “대부분의 행사 연출 기업은 집기를 버리는 게 더 효율적”이라며 “보관할 창고가 없고, 기업마다 행사에 필요한 소품이 달라 맞춤 제작되는 게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만만한녀석들은 문제점을 고려해 가구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제품의 이동, 설치, 해체, 적재까지 모두 고려해 제품을 설계했다. 나사 없이 조립할 수 있게 만들었고, 쉽게 해체할 수 있도록 했다.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것이다.


    가구·소품 공장과 대형 창고를 자체 보유하고 있는 것이 성공 비결 중 하나다.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어서, 가구 설계부터 소품 활용과 보관까지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사업 초반에는 번 수익을 모두 공장과 창고를 만드는 데 썼다. 지금의 기틀을 다지는 데만 10억원 가까이 들었다.



    장철호 만만한녀석들 대표. 행사 집기를 재활용해 새로운 행사 집기로 만들어내는 테이블타임즈를 운영중이다. /더비비드


    올해 매출 10억원을 바라 본다. 경사가 겹쳐 지난 9월 LG소셜펠로우 12-2기에 선정됐다. 장 대표는 “경영 컨설팅 외에 자금 지원도 받아서 보관 창고에 지게차를 새롭게 들였다”며 “창고에 소품을 더 높게 적재할 수 있고, 다양한 종류의 행사를 다룰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폐기물 완전 제로(0) 행사’가 목표다. 대형 구조물도 설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인력을 채용했다. 장 대표는 “지금까지는 나무 벤치, 칠판, 매대 등 소형 제품 위주로 제품을 만들어왔다”며 “행사용 가건물이나 세트장처럼 대형 구조물도 재활용이 가능하게 만들어보고 싶어 구조설계사를 채용했다”고 했다. 그는 “행사 업계에서 연출 소품을 ‘당연히’ 재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길 때까지 달리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페트병으로 만든 190g 신발

     

    재활용 섬유 '리젠'을 이용해서 만든 운동화를 양손에 들고 웃고 있는 계효석 대표. /더비비드


    엘에이알(lar)은 친환경 패션브랜드다. 친환경 재료를 이용해 신발, 가방, 소형 소품 등을 만든다.


    우선 직접 수거한 페트병을 효성티앤씨에 맡겨 재활용 섬유 ‘리젠’을 만든다. 이를 부산에 있는 엘에이알 공장으로 가져와 신발을 제작한다. 신발 한 켤레당 500ml 페트병 7개 분량의 재활용 섬유가 들어간다. 한 짝에 190g으로 가벼운 무게가 강점이다.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부산시, 성남시, 성동구청과 업무협약을 맺어 관내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으로 지역 특색을 살린 에코백과 운동화를 만들었다. 최근엔 세븐일레븐, 무인양품과 함께 신발을 만들기도 했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엘에이알 매장 전경. /계효석 대표 제공


    계효석 대표는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의 FIDM 패션 스쿨에서 패션 머천다이징(MD: 유통 마케팅)을 전공했다. 졸업 후 포에버21이라는 미국 SPA 브랜드에서 근무했는데, 패스트 패션의 이면을 보고 귀국해 창업을 결심했다. 계 대표는 “SPA 브랜드는 트렌드에 맞는 옷을 작은 비용으로 빠르게 제작해서 내놓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어마어마한 양을 만들어 재고가 쉽게 쌓이고, 싼 만큼 쉽게 버려져 다양한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고 했다.


    2017년 한국에서 엘에이알을 창업하고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했다. 신발을 판 수익으로 미얀마, 알바니아 등 전쟁 고아에게 지원금을 기부하는 일이었다. 창업 4개월만에 8000만원이 모일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론 사업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체감했다. 계 대표는 ”단순 기부로는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웠다”며 “사업의 수익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짰다”고 했다.



    (왼쪽부터) 무인양품과 협업해서 만든 운동화, 최근에 새로 나온 운동화 모습. /계효석 대표 제공


    만들어내는 제품부터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로 했다.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신발이다. 계 대표는 “신발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친환경 소재로 쓴다”며 “친환경 섬유 외에 자투리 소가죽, 대나무 원사 인솔(깔창), 탄소 배출량이 80% 저감된 인증 천연고무 아웃솔(밑창) 등으로 신발을 만든다”고 했다. 엘에이알은 지금까지 페트병 25만병을 재활용했고, 1.3t의 탄소 배출 절감 효과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9월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됐고, 자립 준비 청소년 2명도 고용했다. 매장 관리와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계 대표는 “외로운 미국 유학 시절 친구 부모님의 식사 초대로 큰 위로를 받은 경험이 있다”며 “사소한 도움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알고 나니 저도 타인을 돕고 싶었다”고 했다.



    부산에 있는 제조공장에서 엘에이알 신발이 만들어지고 있다. /계효석 대표 제공


    세 번의 도전 끝에 지난 9월 LG소셜펠로우 12-2기로 선정됐다. 덕분에 좋은 인연도 생겼다. LG소셜캠퍼스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배우 박진희 씨를 알게 된 것이다. 박 씨는 이미 엘에이알의 제품을 알고 있었다며, 엘에이알의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다. 계 대표는 “LG소셜펠로우 선정 후 LG화학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기회를 얻고, 기업 브랜딩 교육도 받았다”며 “성수동 매장을 새로운 분위기로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현재 프리-A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계 대표는 “단지 친환경적이란 이유로 제품을 사게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친환경을 뛰어 넘는 상품성이 있고, 브랜드의 가치가 있어야 지속적인 구매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무인양품에서 판매하고 있는 엘에이알 운동화 제품 사진. /계효석 대표 제공

     

    LG전자·LG화학은 2011년부터 LG소셜캠퍼스를 운영하면서, 환경문제 해결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사회적경제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LG소셜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은 최대 5000만원의 금융지원,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 기업 연계 등을 지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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