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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아이들 웃음이 활짝, 중대생이 수업 중 떠올린 기특한 창업 아이디어

    2022-05-101098

  • [스타트업 취중잡담] 식재료 활용한 친환경 장난감 스타트업 ‘크리에이터스랩’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먹어도 안전한 식용 클레이(점토) 슈가클레잇을 개발한 류정하 크리에이터스랩 대표. /더비비드

    [박유연 기자 / 김영리 더비비드 기자] 어린이 완구 8종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된 일이 있었다. 장난감 속 독성물질은 피부발진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하다. 스타트업 ‘크리에이터스랩’은 먹을 수 있는 식품 소재로 장난감을 만든다. 안심하고 놀 수 있다. 크리에이터스랩의 류정하 대표(29)를 만났다.

     

    ◇대학교 과제로 제출한 아이디어로 경진대회서 최우수상


     

    식용 성분으로 이뤄진 점토 슈가클레이로 만든 장난감이자 간식 쿠키들. /더비비드

     

    크리에이터스랩은 식용 성분으로 장난감을 만든다. 우유의 단백질 응고 현상을 이용한 우유 점토 ‘카우토이’, 설탕으로 만든 점토 ‘슈가클레잇(eat)’ 등이 대표 상품이다. 슈가클레잇은 식약처에서 식품 허가도 받았다. 먹어도 된다는 뜻이다.

     

    다양한 협업 작업도 하고 있다. 농심, 현대해상, 클래스101 등 기업과 손잡고 협업 제품을 내놨다.

     

     

    류정하 대표는 아이들과 무독성 클레이로 수업을 하던 중 따가움과 간지로움을 호소한 아이를 보고 장난감의 유해성을 인식했다. 이게 창업 계기가 됐다. /더비비드

     

    류정하 대표는 중앙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처음부터 창업 계획이 있던 건 아니었다. 한 수업이 모멘텀이 됐다. “4학년 때 수강한 창업학 수업에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돈도 버는 소셜 벤처형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였죠.”

     

    류 대표가 준비한 창업 아이디어는 당시 과잉 공급으로 이슈였던 ‘우유’와 관련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매년 30만톤 이상의 우유가 남아돈다고 해요. 결국 대형 유제품 제조사가 대리점에 우유를 강매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게 되죠. 해외에선 우유가 무분별하게 버려지며 수질 오염까지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물건을 우유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떠올린 게 ‘우유 점토’다. “우유로 치즈를 만드는 데서 착안했어요. 말랑말랑한 상태만 지속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점토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남아도는 우유를 소비하는 동시에 아이들에게 안전한 놀이 수단까지 제공하는 일이니, 사회적 가치 추구에 더할 나위 없이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류정하 대표. /더비비드

     

    과제로 준비한 아이디어였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교수의 권유로 2016년 소셜벤처경연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좋은 결과를 거두고 나니 수업으로 끝내기 아까웠어요. 실제로 만들어서 팔아봐야겠다고 결심했죠. 함께 수업을 들었던 공대 친구들을 설득해서 같이 만들기로 했어요.”

     

    2017년 대회 특전으로 받은 서울 명동의 사무실에 장비를 꾸리고 우유 점토 개발에 착수했다. “우유 속 단백질 성분인 ‘카제인’에 주목했어요. 열을 가하면 응고가 되는 성분입니다. 우유를 가열하다가 카제인이 완전히 굳기 전에 점성이 있는 성분을 추가하면 점토의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점성제의 배합 비율이 관건인데요. 수분감을 지켜주는 식물성 오일을 활용해 점토의 촉감을 유지했습니다.”

     

     

     

    슈가클레이로 만든 공룡모양의 장난감이자 쿠키. /류정하 대표 제공

     

    2016년 말, 우유로 만든 점토 ‘카우토이’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출시했다. “제품 출시 직전까지만 해도 확신이 없었는데요. 큰 금액은 아니지만, 판매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2주 만에 목표금액의 300%를 달성해 한 달만에 580만원의 수익을 거뒀거든요. 아이들과 안심하고 놀 수 있어 좋다는 후기가 많았어요.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책임감과 동시에 이 이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유점토의 사례처럼, 과잉 공급되는 식재료로 아이들에게 무해한 완구를 제작하는 회사를 창업하기로 결심했죠.”

     

    ◇상 받은 아이템 두고 신제품 개발하기로 한 이유

    구색을 갖춰서 일에 뛰어들기로 하고, 2017년 11월 크리에이터스랩 법인을 설립했다. 사회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대회 특전으로 받은 사무실은 1년만 제공됐기 때문에 다음 공간을 구해야 했어요. 원래 창업을 준비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부족했는데요.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수소문해 이화여대 내 창업보육센터에 터를 잡았습니다. 졸업 직후에는 카이스트 MBA 사회적기업가과정에 입학했어요. 이곳에서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영법을 공부했습니다.”

     

      

    각종 기관에서 받은 상장, 특허증 앞에서 웃어보이고 있는 류정하 대표.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우유점토에 대한 시장 반응을 보면서 ‘안전한 완구’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다만 우유점토는 부패가 빠르다는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분말 형태라서 소비자가 직접 반죽을 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죠. 아이들 입장에서 사용하기 번거롭다는 후기가 쌓였습니다. 새로운 제품 개발이 필요했습니다.”

     

    영감을 얻기 위해 2018년 설탕공예(슈가크래프트)로 유명한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식재료를 활용한 취미생활 중 대표적인 게 설탕공예잖아요. 유명한 런던의 상점들을 다녔어요. 설탕이 주재료인 반죽들이 있더군요. 사용감은 점토보다 단단했지만, 설탕이 재료의 부패를 늦추는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해서 유통기한을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7월 사회적경제박람회에 참여해 크리에이터스랩 부스를 찾았다. /크리에이터스랩 제공

     

    설탕 점토의 사용성을 개선해 장난감 재료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설탕 점토 원료인 슈가 페이스트를 생산하는 공장이 없었다. 원료를 터키에서 들여와, 아예 완구가 아닌 식품으로 등록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 개발에 들어갔다. “원료를 천연 식물 성분인 자일로스 설탕으로 변경해 체내 당 흡수량을 줄였어요. 시중의 점토 같은 부드럽고 쫀득한 사용감을 구현하기 위해선 식물성 젤라틴을 넣었고요.”

     

    행정 절차가 중요했다. “완구가 아닌 식품으로 출시하기 위해 식품 품목 제조보고를 거쳤습니다. 현재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는데요. 수출을 염두에 두고 FDA(미국 식품의약국) 등록까지 마쳤습니다.”

     

    ◇비스킷에 올려서 먹을 수 있는 장난감



    아이 모델들이 슈가클레이를 갖고 노는 모습. /류정하 대표 제공

     

    2019년 10월, 설탕 점토 ‘슈가클레잇’을 출시했다. 바닐라, 레몬, 딸기, 멜론, 블루베리 맛으로 색상별로 맛도 다르다. “교육 효과를 더하기 위해 북극곰, 고래와 같은 멸종위기 동물을 점토로 만드는 키트(Kit) 방식으로 제작했습니다. 지도서와 형형색색의 점토가 한 세트인데요. 비스킷도 포함돼 있습니다. 가지고 논 후에 비스킷에 올려 먹으라고요. 재미있는 장난감이자 달콤한 디저트인 셈이죠. 유통기한도 18개월이라 넉넉한 편입니다.”

     

    제품에 교육 콘텐츠를 결합해서 사업을 확장했다. “제대로 가지고 노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2019년부터 전국 백화점 문화센터에 제품 활용 수업을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력 단절 여성을 강사로 양성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어요. 이름이 알려지면서 협업 제안이 많이 오고 있어요. 작년에 현대해상과 어린이 보험 가입자를 위한 굿즈를 제작했고요. 농심, 클래스101 등의 기업과도 협업했습니다.”

     

     

    경력 단절 여성을 고용해 강사로 양성하는 크리에이터스랩. /크리에이터스랩

     

    2020년 2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5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지난 3월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LG소셜캠퍼스의 12기 소셜펠로우에 선정됐다. “올해 연 매출 3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달성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문화센터 수업들이 다시 개강하고 있거든요. 어린이 시장을 넘어 취미 키트 시장까지 노리고 있어요. 버려지는 쌀을 활용한 보석 십자수 형태의 신제품도 곧 출시할 계획입니다.”

     

    예비 창업가에게 사회 경험을 먼저 쌓고 창업에 도전할 것을 강조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창업해서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사회 경험을 먼저 쌓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사업으로 돈 버는 과정이 험난하잖아요. 산업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체화한 것들이 창업할 때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 협업, 투자 유치와 같은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하죠. 저처럼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싶지 않다면 꼭 사회 경험을 한 후 창업하길 바랍니다. 조직 생활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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