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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이렇게 기특할 수가, LG가 콕 집은 청년들

    2023-07-10750

  •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왼쪽부터) 리플라 서동은 대표와 그린컨티뉴 전인호 대표. /리플라, 더비비드 

    (왼쪽부터) 리플라 서동은 대표와 그린컨티뉴 전인호 대표. /리플라, 더비비드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쓰고 버리던 물건의 숨은 가치를 발견한 청년들이 있다. 

    스타트업 그린컨티뉴의 전인호(28) 대표와 리플라의 서동은(25) 대표다. 전인호 대표는 소가죽보다 내구성이 좋은 선인장 가죽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서동은 대표는 플라스틱을 먹어 없애는 미생물을 이용해 재활용 쓰레기 처리 탱크를 만들었다.

     

     

    서울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안에 있는 LG소셜캠퍼스. /더비비드 

    서울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안에 있는 LG소셜캠퍼스. /더비비드

     

     

    젊은 두 대표가 아이디어를 빠르게 제품화한 배경에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LG전자와 LG화학이다. LG전자·LG화학이 운영하는 LG소셜캠퍼스는 기후환경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프로그램 ‘LG소셜펠로우’를 13년째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다방면으로 돕는다.

     

     

    LG소셜펠로우 13기 선정 기업인 그린컨티뉴, 리플라의 두 대표를 만나 요즘 친환경 스타트업이 산업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법에 대해서 들었다.

     

     

    ◇’친환경’이라는 단어 붙었다고 꼭 비싸야 하나요?

     

    그린컨티뉴가 개발하고 있는 식물성 가죽들. 다양한 색상을 입힐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그린컨티뉴 

    그린컨티뉴가 개발하고 있는 식물성 가죽들. 다양한 색상을 입힐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그린컨티뉴

     

     

    그린컨티뉴는 농업 부산물에서 셀룰로오스 섬유를 추출해 식물성 가죽을 만든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선인장 가죽이 대표적이다. 

    국내 선인장 농장 대부분이 열매인 백년초만 활용하고 잎은 버린다. 그린컨티뉴는 버려진 선인장 잎을 주원료로 가죽을 만든다.

     

    동물 가죽을 대체할 원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원료 특성상 습기에 강해 동물 가죽보다 수명이 5년 이상 길다. 

    공인시험기관인 FITI시험연구원을 통해 내마모성, 세탁 견뢰도(원단의 안정도를 평가하는 기준) ‘적합’ 판정을 받았다. 색상을 자유롭게 입힐 수 있어 의류, 신발, 차량 시트 등 다양한 산업군에 널리 활용할 수 있다.

     

     

    그린컨티뉴의 전인호 대표. 선인장 가죽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더비비드 

    그린컨티뉴의 전인호 대표. 선인장 가죽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더비비드

     

    그린컨티뉴의 전인호 대표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2020년부터 1년간 특허법인의 기술 연구원으로 일했다. 

    “변리사를 도와 기업을 분석하거나, 의뢰인이 출원하는 산업재산권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검토하는 일을 했습니다. 참신한 발상을 구체화해 특허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특허를 낼 만한 기술력을 확보해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사업 아이템을 찾다 발견한 건 ‘식물성 가죽 시장’이다. “천연 가죽은 가공 공정 중 중금속인 ‘크롬’을 사용하기 때문에 토양 오염을 야기합니다. 

    가축 사육 과정에서 온실가스도 발생하죠. 2021년에는 유럽연합(EU)이 ‘산림파괴와 연관이 없다는 사실이 인증된 가죽 제품만 수입·생산하겠다’는 발표를 접했습니다. 앞으로 식물성 가죽 시장이 성장할 거라는 확신이 생겼죠.”

     

    귤 껍질, 선인장 잎, 고구마 줄기 등의 농업 부산물에서 셀룰로오스를 추출해 가죽을 생산한다. 식물성 가죽 제조 과정을 설명하는 전인호 대표. /더비비드 

    귤 껍질, 선인장 잎, 고구마 줄기 등의 농업 부산물에서 셀룰로오스를 추출해 가죽을 생산한다. 식물성 가죽 제조 과정을 설명하는 전인호 대표. /더비비드

     

    특허법인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살렸다. “식물성 가죽과 관련된 국내외 특허정보를 모조리 찾아봤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선 식물성 가죽을 개발하는 기업이 없었습니다. 수입 식물성 가죽은 동일 면적의 천연 가죽 대비 2배 이상 비싸서 시장이 외면하는 상황이었죠. 

    패션 브랜드라면 응당 특정 시기까지 식물성 가죽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니, 가격 경쟁력이 있는 식물성 가죽을 개발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농업 부산물에서 셀룰로오스를 추출하려면 5단계 이상의 물리·화학적 공정을 거쳐야 한다. 수집한 기술 특허 정보를 토대로 실험을 거쳐 추출 공식을 완성했다. 

    “식물성 가죽의 기본 메커니즘은 모두 같습니다. 천연 재료에서 셀룰로오스를 추출해 면이나 옥수수 원단과 같은 천연 원단에 붙여 가죽의 질감을 내는 거죠. ‘원물에서 셀룰로오스를 얼마나 많이 추출하는지’가 이 기술의 핵심입니다.”

     

    (왼쪽부터) 고구마 줄기를 건조기에 넣는 모습과 6월 열렸던 섬유 신소재 교류회에서 발표한 식물성 가죽들. /전인호 대표 제공 

    (왼쪽부터) 고구마 줄기를 건조기에 넣는 모습과 6월 열렸던 섬유 신소재 교류회에서 발표한 식물성 가죽들. /전인호 대표 제공

     

    수소문 끝에 찾은 경남 창녕의 백년초 분말 공장 한켠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선인장 잎의 건조·분쇄·침지(식물 섬유의 줄기를 액체에 적심)를 반복했습니다. 

    건조 온도, 분쇄 입자 굵기, 침지 시간 등 끊임없이 조건을 바꿔봤죠. 순도 높은 셀룰로오스가 분말 형태로 나올 때까지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타사의 비건 가죽 대비 바이오매스(단위면적 당 생물체의 무게) 수치가 높고, 가격 경쟁력이 우수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바이오매스란 제품 내 생물 기반 원료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천연 원료가 많이 들어갈수록 바이오매스 수치가 높죠. 그린컨티뉴의 선인장 가죽의 바이오매스 수치는 72%로, 해외 경쟁 제품의 수치 대비 30% 이상 높습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선인장 가죽은 1야드당 약 2만4000원 수준으로, 해외 제품의 판매가보다 50~70% 이상 저렴합니다. 

    자체 제조 시설을 통해 직접 생산할 기술력을 갖춘 데다 특정 농가로부터 선인장 잎을 수급한 덕에 단가를 줄일 수 있었죠.”

     

    그린컨티뉴의 식물성 가죽은 모두 국내에서 원료를 조달한다. 동물 가죽보다 내구성이 좋다. /더비비드 

    그린컨티뉴의 식물성 가죽은 모두 국내에서 원료를 조달한다. 동물 가죽보다 내구성이 좋다. /더비비드

     

    가죽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농업 부산물이 연구 대상이다. 지난 6월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주최하는 ‘2023 신소재 동향 교류회’에서 직접 개발한 귤껍질 가죽과 고구마 가죽을 처음 선보였다. 

    올해 안으로 사과 껍질 가죽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농장에서 원료를 조달합니다. 선인장과 귤은 제주, 고구마 줄기는 여주, 연구 진행 중인 사과 껍질은 밀양에서 구했죠. 일반 토양에 묻었을 경우 5년 안에 자연적으로 생분해되는 자연 친화적 소재입니다.”

     

    최근 LG소셜펠로우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그린컨티뉴의 원단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늘었다. 

    “신소재를 홍보하러 다닐 때는 ‘어떤 기업이 이 소재에 관심을 가졌는지’가 중요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런 점에서 LG가 보증 수표 역할을 합니다. LG소셜펠로우 선정 직후 우리나라 유명 패션 브랜드로부터 샘플을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어요. 

    LG전자·LG화학과 협력할 방안도 궁리하고 있습니다. 식물성 가죽을 활용한 전자 제품 파우치를 제작하거나, 바이오매스 수치를 높이기 위한 제조 공정 컨설팅도 받아보고 싶습니다.”

     

     

    ◇왜 플라스틱을 쓰지 말라고만 하나요?

    (왼쪽부터) 리플라가 개발하고 있는 농촌 폐비닐 분해 탱크과 재생 수지 순도 측정기. /리플라 

    (왼쪽부터) 리플라가 개발하고 있는 농촌 폐비닐 분해 탱크과 재생 수지 순도 측정기. /리플라

     

    스타트업 리플라는 미생물들이 편식하는 특성을 플라스틱 재활용에 활용했다. 미생물이 들어있는 탱크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넣으면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 여러 재질이 섞인 플라스틱에서 순도 높은 특정 플라스틱만 추출할 수 있다. 

    미생물이 먹은 플라스틱은 물과 이산화탄소로 자연 분해돼 없어진다.

     

    그간 플라스틱을 먹는 미생물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있었으나 상용화 속도가 느렸다. 

    재활용 업체가 친환경 분해 시설을 구축하는 비용이 재활용 플라스틱을 추출하고 다시 판매해서 얻는 수익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과산화수소수 등의 화학 용매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거나 인력을 활용해 페트병, PP, PE 등을 분리한 뒤 더 이상 구분이 안 되는 쓰레기는 소각해 버리는 것이 수익적 측면에서 더 나았던 거죠.”

     

    리플라의 서동은 대표. /리플라

    리플라의 서동은 대표. /리플라

     

    서동은 대표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유니스트)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참여한 ‘전국과학탐구대회’가 창업의 첫 출발점이었다.

     “당시 참여했던 대회의 주제가 ‘재활용 산업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라’였어요. 관련 논문을 찾아보고 재활용 업체 사장님을 직접 만나보니, 재활용 플라스틱의 순도를 현 수준에서 2%만 높여도 재활용 플라스틱 납품 가격을 1.5배 이상 올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당시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국내 재활용 업체가 390곳이었는데, 재활용 플라스틱의 순도만 높여도 한 기업당 연평균 37억원 이상의 수익을 추가로 창출할 수 있는 구조였죠.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대학에 입학해서도 계속 연구를 이어갔어요. 학업보다 플라스틱 연구에 골몰한 탓에 2017년에 입학했는데 졸업까지 3학기나 더 남았네요.”

     

    연구의 골자는 미생물 바이오 탱크의 단가를 낮추면서, 분해 속도와 추출하고자 하는 재활용 플라스틱의 순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은 플라스틱을 먹는 벌레의 내장에서 추출했다. 

    “생소하겠지만 플라스틱을 먹는 벌레가 있습니다. 국내 종으로는 갈색거저리 애벌레 등이 대표적인데요. 

    곤충 농장에서 직접 벌레를 구해와 플라스틱을 먹이고, 몸속에서 미생물을 추출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연구 도중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있는 미생물 균 2종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는 성과도 냈습니다.”


    수원 영통지식산업센터에 위치한 리플라의 연구소. /리플라 

    수원 영통지식산업센터에 위치한 리플라의 연구소. /리플라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뛰어난 미생물을 염분이 있는 배양액과 섞어 바이오탱크에 넣었다. 탱크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넣는 게 미생물 입장에선 먹이를 받는 개념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일정 시간 넣었다가 빼면, 불순물이 걸러진 순도 높은 PE 소재 플라스틱이 나온다. “현 기술력으로 1시간에 1.25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800톤 규모의 바이오탱크를 설치하면 하루 30톤가량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죠. 순도는 현재 95~98% 수준입니다. 

    최대 99%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8월에 시작해 11월경 마칠 예정입니다.”


    리플라가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고객사 상황에 맞춰 설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재질이 섞인 플라스틱에서 특정 성분만 추출할 수 있고, 아예 플라스틱을 통째로 분해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설비를 구축할 수 있죠. 실제로 농촌 폐비닐을 구해 분해용 바이오탱크에 넣어봤더니 완전히 없어지는 데 250일가량 걸리더군요.”


    리플라는 지난 5월 LG소셜캠퍼스의 펠로우 기업으로 선정됐다. 선정서를 들고 있는 리플라 서동은 대표와 LG화학 이영준 책임. /더비비드

    리플라는 지난 5월 LG소셜캠퍼스의 펠로우 기업으로 선정됐다. 선정서를 들고 있는 리플라 서동은 대표와 LG화학 이영준 책임. /더비비드

     

    상용화 속도가 국내에서 가장 빠르다.

    2019년 6월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43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2022년 10월에는 신용보증기금의 스타트업 보증제도인 ‘퍼스트 펭귄’에 선정됐다. 

    이미 몇몇 국내외 재활용 업체가 미생물 바이오탱크를 사전 주문을 해둔 상황이다. “이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제품 판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재활용 업체에 시설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50억원 정도로 전망합니다. 순도 높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통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수익과 절약할 수 있는 인건비를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LG소셜펠로우 기업으로 선정된 덕에 재활용 산업을 더 깊이 공부할 발판이 마련됐다. 

    “저희의 잠재 고객인 재활용 업체들은 LG화학과 같은 대기업 제조사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납품합니다.

     LG에게 기술력을 인정받은 사실만으로도 재활용 업체에게 리플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죠. 저 또한 재활용 플라스틱의 가공 과정과 용처를 더 자세하게 알게 되면서 연구 방향을 새롭게 수립하는 중입니다.”

     

    지난 6월 한-독 미래산업 협력 포럼 및 상담회에 초정돼 독일에서 IR을 하고 있는 서 대표. /서동은 대표 제공

    지난 6월 한-독 미래산업 협력 포럼 및 상담회에 초정돼 독일에서 IR을 하고 있는 서 대표. /서동은 대표 제공


    국내외 기업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6월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독 미래산업 협력 포럼 및 상담회’에 초청돼 유명 제조사 관계자 앞에서 IR(기업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홍보활동)을 했다. 

    “연구 초반에는 ‘이게 정말 실제 산업에서 쓰일까’ 고민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이렇게 여러 기업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보며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13기 LG소셜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은 최대 5000만원 이상의 금융지원,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 오픈 이노베이션 협업 연계 등을 지원받는다. 

    “LG소셜캠퍼스에서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재활용 처리 기업을 소개해 줍니다.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연구개발 프로젝트 공고도 놓치지 않게 도와주죠. 기술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해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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