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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블로그] [LG소셜캠퍼스와 함께하는 사회적기업가] 우간다 아이들의 희망이 된 가방, 제리백 박중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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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모 반듯 미니멀한 디자인, 아프리카 패턴을 기반으로 한 각양각색의 컬러로 만들어진 가방들. 겉보기에 예뻐 보이는 이 가방들은 사실 ‘예쁜 것’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본인의 몸통만큼 크고 무거운 물통을 들고 나르는 우간다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가방이기 때문인데요.

     

    제리백이라 불리우는 이 가방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제리백의 박중열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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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간다 어린이들을 돕는 가방, 제리백의 시작

     

     

    우간다의 외곽 지역은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합니다. 그래서 깨끗한 물을 찾고 길어 나르는 노동이 필수입니다. 대개 10세 내외의 어린 아이들이 이 일을 하게 되는데요. 이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 10ℓ의 플라스틱 물통을 들고 울퉁불퉁한 흙길을 걸어야 합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자동차가 내뿜는 흙먼지를 그대로 덮어써야 하고, 차에서 튕겨 나온 돌멩이에 맞거나 어두운 밤이면 시야 확보가 어려워진 차에 치이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도 겪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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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몸통만한 물통을 지고 아이들은 힘겨운 길을 걷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가방이 바로 제리백입니다. 하지만 제리백을 만든 박중열 대표는 그 시작이 거창하지는 않았다고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핀란드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전공하다 우간다에 갈 기회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어린 아이들이 힘들게 물통을 나르는 걸 보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 제리캔(아이들이 나르는 플라스틱 물통의 이름)을 변형시킨 백팩 형태의 가방을 만들었고, 이걸 패션쇼에 소개하면서 창출한 수익을 기부했죠.

     

    제가 정말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아 엄청 뿌듯했는데, 알고 보니 해외에선 이 정도의 아이디어 상품은 특별한 것이 아니더라고요. 잘 해내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고, 이 상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리백이 전 세계적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죠.”

     

    힘들게 물통을 나르는 아이들을 위한 가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안전과 편의를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물통 맞춤형 크기의 직사각형 모양을 한 백팩으로 물통을 옮길 때 덜 무겁게 운반할 수 있도록 디자인 했으며, 아이들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빛을 반사해주는 리플렉터가 부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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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우간다 아이들에게 기부되는 One+ bag.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들어진 가방은 우간다 아이들에게 차곡차곡 전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소비자가 가방을 하나 사면 우간다 아이들에게 가방이 하나씩 기부되는 제리백의 시스템을 통해서죠.

     

    “처음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국제단체에 판매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최근의 국제구호단체의 흐름은 단순히 제품을 기부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던 참에 탐스 슈즈의 ‘One for One’ 기부 방식에 대해 알게 됐죠.

     

    처음엔 ‘소비자가 굳이 기부 금액을 지불하면서 제품을 구매할까?’ 하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과 착한 스토리를 가진 제품에 지갑을 선뜻 연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우리도 한번 해 보자고 생각하고 시작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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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리백의 창업에 있어 또 다른 중요한 요소였던 점은 우간다 지역 사람들과의 협업이었습니다. 급여, 재료의 수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현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 것이었죠. 처음에는 경험이 없어 어설펐지만, 현지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시스템을 만들어갔습니다.

     

    “제품 디자인에 대한 연구와 제작까지 우간다 현지 직원들과 대부분 함께해요. 전문적 생산이 필요하거나 대량 생산을 해야 할 땐 한국에서 진행합니다. 이러한 프로세스에서는 우간다 현지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죠.

     

    아무래도 현지에서 직접 사용하거나 제품을 보는 이들이 많으니 더욱 실질적인 피드백이 오기 마련이거든요. 현지 직원들이 제품 샘플을 제작하면, 그곳에서 바로 수정 하고 판매도 하며 소비자 반응을 반영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보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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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함께 작업하는 우간다 현지의 팀 구성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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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돕고, 공감하며 성장하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멋진 의도로 시작한 일이지만,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박중열 대표의 자신감은 상당히 낮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 길이 맞는 것인지, 목표했던 근본적 개선에 도달하지는 못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던 그에게 힘이 된 것은 뜻밖의 한 마디였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저희가 직접 우간다에 찾아가서 우물을 찾는 아이들에게 제품을 나눠주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저희 가방을 멘 한 여자 아이를 마주쳤어요. 제 손을 꼭 잡으면서 나지막하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건네더라고요. 전율이 올 정도로 울컥했어요. 내가 허튼 짓을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시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당장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누군가의 작은 변화가 모이고 쌓이면서 큰 변화를 이루도록 돕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 이후로 스스로에게, 그리고 제리백에 대해 더욱 자신감이 붙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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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리백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그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더라도 결국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게 되는 결정적 요인은 바로 제품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박중열 대표는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소비자들의 참여도 저희에게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었어요. 우리의 제품만 알고 우간다에서의 활동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 중 몇 분을 모셔서 우간다로 떠나는 원정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우간다에서 직접 가방을 메고 물통을 나르는 경험을 해 보기도 하고, 직접 아이들에게 가방을 전달하는 등의 체험활동을 진행했어요.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우간다를 ‘내 친구가 사는 나라’로 인식하게 되었어요. 또한 원정대의 체험을 통해 매우 실질적인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어요. 아이들이 메는 가방의 디자인 또한 이러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선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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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소비자들의 의견을 담으며 변화해 온 One+ bag의 디자인.

     

     

    제리백의 가방은 한 형태만을 고수하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컬러를 사용한 가방부터 파우치, 여권 지갑 등 더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신제품 개발에도 착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제품에 대한 클라우드 펀딩(Cloud Funding)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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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 지갑, 파우치 등 제리백 브랜드 내 다양한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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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클라우드 펀딩을 마친 제리백의 하드쉘 볼드 제품.

     

     

    “최근 펀딩을 마친 하드쉘 볼드 제품은 디자인 과정만 1년 정도 진행했어요. 실용성과 제리백만의 아이덴티티를 모두 녹이려는 고민이 컸어요. 앞으로도 더욱 다양하고 실용적인 제품을 개발할 생각입니다. 현재는 성인 대상의 제품들 위주이지만, 앞으로는 아이들 타깃의 제품 개발에도 더욱 힘쓰려고 해요.”

     

    이러한 생각은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현지에 필요한 다른 물품은 없을지를 고민하던 중, 여성들의 생리대 사용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접한 후로 재사용 가능한 생리대 제작에 나선 것인데요. 세탁과 건조가 쉽지 않은 현지 특성상 흡수력이 좋으며 쉽게 마르는 재질의 ‘굿패드’를 제작했고, 현지에서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생산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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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리백, LG소셜캠퍼스를 만나다

     

     

    제리백의 길은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중한 도움들의 기회도 있었습니다. 특히 박중열 대표는 제리백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 LG소셜캠퍼스를 이야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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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하게도 LG소셜캠퍼스로부터 두 번의 자금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창업 초기였던 2014년, 우간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던 때에 스타트업 지원을 받게 됐어요. 사실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알아보던 중이었지만 잘 되지 않았고, 우간다에서의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던 때라 단비 같은 기회였죠. 사업장 마련과 생산 도구 마련 등 현장 기반의 틀이 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지난 2017년에는 무상대출이라는 두 번째 지원을 받게 됐는데, 이를 바탕으로 시장 개척과 상품 업그레이드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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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LG소셜캠퍼스의 지원에 대해 박중열 대표는 단순히 금전적 지원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부연 설명을 붙였습니다.

     

    “우간다 활동에 있어 LG소셜캠퍼스 담당자 분의 도움은 큰 힘이 되었어요. 도움이 되는 말씀은 물론 경우에 따라선 쓴 소리도 많이 해 주셨고,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이용해서도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죠. 전체적으로 LG소셜캠퍼스는 창업자의 눈높이에 맞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금전적 지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함께하는 동료의 입장에서, 우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저희는 열심히 그 기대에 부응해야죠.(웃음)”

     

     

    Design for a better life;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

     

    제리백은 더 큰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 북미 지역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가치인 ‘디자인’을 필두로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전달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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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로서 제리백의 목표는, 글로벌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많은 참여를 유도하는 거예요. 큰 규모의 북미 시장에서 윤리적 소비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펼쳐보려 합니다. 또한, 단순히 제품군을 넓히는 것보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선에서 가치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확장하고 싶어요.

     

    ‘보행 중 안전과 편안함’이라는 가치 중심으로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있죠. 예를 들면 스페인의 신발 브랜드 ‘캠퍼’는 ‘농부가 만든 신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성공한 후, 아웃도어 시장으로 진출하리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호텔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편안함이라는 가치에 집중한 거죠. 제리백이 벤치마킹 할 만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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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라인에서는 서울 성수동의 언더스탠드에비뉴 내 입점한 오프라인 매장 외 다양한 곳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소비자들과 더욱 끈끈한 유대를 위해 모든 제품에 고유의 넘버링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귀띔을 건넨 박중열 대표. 그가 펼쳐 나가는 제리백의 미래는 앞으로가 더욱 밝아 보입니다.

     

    “소셜 벤처를 운영하다 보면 늘 어려움은 있어요. 그 어려움이 나 때문이라면 쉽게 포기할 수도 있겠는데, 다른 이들이 여전히 불편함 속에 있다는 걸 알고 나니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소셜 벤처의 존재 이유는 이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혜택을 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이러한 미션에 집중하고 우리만의 핵심 가치에 힘을 쏟는 것이 소셜 벤처로서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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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원문 링크 : http://www.lgblog.co.kr/lg-story/lg-csr/120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