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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벌레를 활용해 음식물쓰레기를 유기농 퇴비로 바꾸는 마법, 충북곤충자원연구소 이야기

    2016-08-257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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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기업과 함께하는 LG] 애벌레를 활용해 음식물쓰레기를 유기농 퇴비로 바꾸는 마법, 충북곤충자원연구소 이야기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자라는 애벌레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흔히 애벌레라고 하면 기이한 생김새와 곤충이 가진 특유의 이미지 때문에 손사래부터 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하.지.만! 지금부터 소개해드릴 애벌레는, 음식물쓰레기 증가라는 사회적 문제도 해결하고 농가에 수익도 안겨주는 ‘뼛속까지 착한 곤충’입니다. (물론 곤충은 뼈가 없는 절지동물입니다… :roll: )

    곤충을 자원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는 사회적기업,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충북혁신센터)와 LG가 지원하고 있는 충북곤충자원연구소의 박기환 대표를 만났습니다.

     

    충북곤충자원연구소 박기환 대표

    충북곤충자원연구소 박기환 대표

     

    먹성 좋은 애벌레, 친환경 상품이 되다

    파리과 곤충인 ‘동애등에’는 애벌레 상태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먹어 치우며 자랍니다. 새끼손가락 한 마디 크기인 애벌레가 하루에 먹어치우는 유기물의 양은 약 1.4g, 번데기가 되기 전까지 약 15일 동안 자기 몸무게의 수십 배가 되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합니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여주는 것도 고마운데, 동애등에가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배설한 분비물은 유기농 퇴비가 됩니다. 퇴비로 활용할 수 없는 고염도의 음식물쓰레기도 동애등에 애벌레가 소화하고 나면 염도가 1% 내외로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성충이 되기 직전의 유충과 번데기는 동물의 사료 등으로 활용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 그대로 친환경적이고, 버릴 것 하나 없는 상품이 되는 것입니다.

     

    동애등에 애벌레 유충과 번데기, 모두 가축의 사료로 활용된다

    동애등에 애벌레 유충과 번데기, 모두 가축의 사료로 활용된다

     

    충북곤충자원연구소는 2014년에 시작된, 비교적 짧은 업력의 곤충 생산 전문업체입니다. 박기환 대표의 이력을 보면 더욱 의아해지는데요. 생물학도 공학도 아닌 ‘산업 디자인’ 전공, 거기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혈기왕성한 청년입니다. 이런 그가 음식물쓰레기, 그것도 곤충을 매개로 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버님이 평소에 곤충을 좋아하셨어요. 집에서 직접 기른 적도 많았고, 곤충 체험학습장을 운영하시기도 했어요. 아버님이 먼저 애벌레를 활용한 사업 아이디어를 주셨는데, 저도 창업에 관심이 있어 망설임 없이 시작하게 됐어요.

    우리나라에서 곤충 사업이 시작 단계다 보니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고, 음식물쓰레기 처리라는 공익적 성격에도 매력이 있었어요. 사실 기존에도 동애등에 애벌레를 활용해 음식물쓰레기를 없애려는 시도는 국내에도 있었어요. 단지 동애등에 애벌레를 대량 사육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곳이 없었을 뿐이죠. 제가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생물학이나 환경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어요. 곤충은 예전부터 봐왔으니 그나마 친근했지만, 환경 분야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법령부터 미생물, 농업, 생물 등 여러 분야가 얽혀 있어 얇더라도 넓게 공부해야 했죠.”

    박기환 대표의 아버지가 곤충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곤충의 습성을 연구하고 알리는 역할을 했다면, 박 대표는 이를 사업화해 수익모델을 만들고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산업화 공정을 만들었습니다. 사업 초기엔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처음엔 상온의 일반적인 사육장에서 애벌레를 키웠지만, 애벌레 성장에 제일 중요한 온도와 습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습니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애벌레들은 더디게 성장했고, 성장이 느리니 음식물쓰레기들이 먼저 부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애벌레들이 오히려 미생물과 해충의 피해를 입어 집단폐사하는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기환 대표는 고추 건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밀폐형 애벌레 사육기의 초기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밀폐형 애벌레 사육기의 초기모델

    밀폐형 애벌레 사육기의 초기모델

     

    하지만 직접 개발한 초기 모델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았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대표는 충북혁신센터를 찾았습니다.

    국내 최초 곤충 사육에 IoT 도입, 특허 출원만 9건

    “처음에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관점에서만 사업 모델을 생각했어요. ‘퇴비나 사료’는 뒤따라오는 보너스라고만 생각했죠. 그래서 사육기 초기 모델도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초점을 맞춰 만들었어요.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위한 설비적 측면, 기술적 자문을 구하기 위해 충북혁신센터를 방문했는데, 아직 애벌레 사육 규모가 작으니 음식물쓰레기 처리보다는 유충 등 부산물을 상품화하는 것이 더 낫겠다, 사육기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 개발해보라고 자문해 주셨어요.”

    박기환 대표는 충북혁신센터와 이곳에 파견된 LG전자 생산기술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유충 생산에 최적화된 사육기를 개발했습니다.

     

    충북혁신센터의 기술 자문을 얻어 개발한, IoT 기술이 접목된 애벌레 사육기

    충북혁신센터의 기술 자문을 얻어 개발한, IoT 기술이 접목된 애벌레 사육기

     

    여기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되어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기계 내의 온도와 습도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번데기가 되기 직전의 애벌레가 건조한 곳을 찾아 이동하는 습성을 이용해, 성장을 마친 유충의 자동수거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이 기계를 사용한 후 유충 생산량이 두 배로 늘었고, 적은 노력으로 대량의 애벌레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애벌레를 사육실 내 한정된 공간에 집약시키고 그 공간의 온습도만 조절하면 효율적이겠다는 생각만 들고 충북혁신센터에 갔는데, LG전자 생산기술원 전문가가 제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부분들을 세세하게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충북혁신센터에서는 그 기술로 나오는 부산물들을 어떻게 사업화할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셨고요.”

    식용 곤충을 사육하는 데 전용 사육기를 도입한 곳은 충북곤충자원연구소가 국내에서 유일합니다. 곤충 사육에 IoT 기술을 접목한 것도 국내 최초 시도입니다. 충북혁신센터와 LG의 컨설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사육기 제품이 완성되기도 전에 사전 계약으로 5대를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LG유플러스의 에 출품하여 IoT 기술의 우수 접목 사례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IoT 기술이 접목되어 스마트폰으로 각 용기의 온도와 습도를 모니터링하고 조절이 가능하다.

    IoT 기술이 접목되어 스마트폰으로 각 용기의 온도와 습도를 모니터링하고 조절이 가능하다.

     

    충북혁신센터와의 협력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특허 전문가는 곤충 사육기술에 관한 특허맵과 기술 개발 동향에 따른 로드맵을 제시해줬습니다. 그 결과 ‘벌레 교미 산란장치’, ‘동애등에 사육장치’ 등 올해에만 6개의 특허를 출원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특허 3개와 합치면 모두 9개의 지식재산권을 갖게 된 것입니다.

    “초기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은 많지만, 충북혁신센터만큼 열성적으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곳은 없었어요. 저희가 조언을 구하면, 그 때마다 생산·기술·홍보·마케팅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맞춤형으로 단계적 지원을 해주세요. 초기 자금 지원을 넘어 사업에 필요한 프로세스를 갖추게 해주시고, 또 그걸로 다시 투자를 받을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식으로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풀뿌리 사회적기업을 꿈꾸다

    충북곤충자원연구소는 또 하나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충북혁신센터에서 얻은 자문을 토대로, 동애등에 유충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자동화 설비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루 약 1톤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설비로, 세계 최고 수준의 LG전자 항온·항습 기술이 적용됩니다. 이 설비가 완성되면 본격적인 음식물쓰레기 처리 사업은 물론 퇴비/사료도 보다 대량으로 생산·유통할 수 있게 됩니다. 

    박 대표는 이 대량 사육 설비를 아파트나 군부대에 설치해서 위탁사육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음식물쓰레기는 그저 냄새나는 폐기물일 뿐이지만 애벌레에게는 훌륭한 먹잇감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량 사육 설비가 보급되면 음식물쓰레기 거점처리를 통해 사회문제와 비용을 해결하는 동시에 유충의 대량 생산으로 수익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들에게는 쓰레기지만, 저희한테는 음식물쓰레기가 ‘돈’이고 ‘자원’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저희 회사 이름이 ‘충북곤충자원연구소’인데, 사실 지금은 ‘연구소’라기보단 ‘사육업체’에 가까워요. :) 하지만 회사명을 연구소라고 한 건 곤충을 심층적으로 연구해서 고도화된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비전을 반영한 거예요.

    동애등에는 축사나 하수구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항균물질을 가지고 있어요. 동애등에로 만든 사료는 동물의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반려견의 관절염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요. 또 이 항균물질을 화장품 분야에도 접목시켜보고 싶어요. 여드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거든요.”

    박기환 대표의 꿈은 연구개발에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역사회와 공생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닭 같은 경우에도 종계(種鷄) 생산업체가 여러 농가에 육계나 양계 위탁사육을 맡기잖아요. 저희도 종충(種蟲) 생산업체로서 다른 농가에 곤충 종자와 사육 기술을 보급하고, 곤충을 위탁사육해서 수매하는 센터 역할을 하고 싶어요. 부산물인 유충을 모아 한꺼번에 대량 납품하고, 판매 수익을 농가에 분배하는 거죠.

    귀농하는 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농사를 해본 적도 없는데 뭘 해먹고 살지?’잖아요. 그런 분들이 곤충을 키우게 하고, 판로를 보장해주고, 일정 수익을 가져가게 하는 거예요. 처음에 지역적인 풀뿌리 구조로 가다가, 더 나아가 전국적 규모로 확대해 수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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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소셜펀드 지원금을 전액 투자해 만든 성충 산란 시설. 이제 계절에 상관없이 유충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LG소셜펀드 지원금을 전액 투자해 만든 성충 산란 시설. 이제 계절에 상관없이 유충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충북곤충자원연구소는 사업성과 함께 공익적 특성을 인정 받아 올해 2월, LG전자와 LG화학이 출연한 로부터 사업 확대를 위한 기금 5,000만원을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 지원금 전액을 종충 확보를 위한 산란시설을 만드는 데 투자했습니다. 이로써 충북곤충자원연구소는 1년 365일, 계절에 상관없이 유충을 생산할 수 있는 사업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LG소셜펀드’의 지원으로 해외 사회적기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영국으로 연수를 떠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음식물쓰레기 처리로 수익을 내려고 했는데, 사업을 진행하며 다양하게 관점이 바뀌었어요. 앞으로 사업모델이 또 어떻게 변할진 저도 모르겠어요. 분명한 것은 ‘곤충 자원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과 이를 통해 사람과 환경, 도시와 농촌 모두가 win-win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거에요. 저는 지금 그 시작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