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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종이에 생명을 불어넣다, 협동조합 온리

    2017-03-316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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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소셜펀드와 함께하는 사회적기업] 폐종이에 생명을 불어넣다, 협동조합 온리 

     

     

     

    카드를 손에 들고있는 사진. 카드 속 문구는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다

    얼핏 보면 평범한 그림엽서지만 엽서를 물에 적셔두면 그 속에서 싹이 자라납니다. 이 엽서는 재활용이 어려운 파쇄종이를 *업사이클링해서 만들어졌고, 제품을 만든 사람들은 지역사회의 노인들과 다문화 이주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입니다. 지역과 환경, 사람 모두를 살리는 종이정원은 협동조합 온리의 첫 브랜드입니다. 협동조합 온리를 이끌고 있는 김명진 이사장을 만났습니다.

     

    * 업사이클링(upcycling) : 기존에 버려지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upgrade)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다시 생산(recycling)하는 것

     

    지역사회와 사람, 전통을 엮다

     

    협동조합 온리 김명진 이사장님의 사진

    협동조합 온리 김명진 이사장

     

    폐종이 업사이클링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에코파티메아리라는 NPO(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면서 현수막이나 소파 가죽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등 업사이클링에 관한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생산공정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고, 업사이클링 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죠. 그 과정에서 업사이클링에서 큰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사회적기업 방식, 비즈니스 시스템을 적용해 변화를 도모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드를 물에 담궈 새싹이 나온 사진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게, 원재료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폐자원이고 사람들의 선한 의지를 통해 기증 받을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사람의 손을 써서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수공예는 전문 기술이 없어도 성실하기만 하면 평생직업을 제공하거든요. 여기에 좋은 디자인과 생산, 영업과 경영 같은 전문 영역을 결합하면 충분히 백년기업이 될 수 있다고 봤어요. 앞으로도 사회, 경제, 문화 쪽에서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생각해요.”

     

    직접 종인정원을 제작 중인 김명진 이사장님의 모습을 찍은 사진

    종이정원을 제작 중인 김명진 이사장

     

    귀촌을 고민하던 김명진 이사장은 우연히 전주 한옥마을에 들렸다가 지역의 전통 한지 제작 방식과 업사이클링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고안하게 됩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는 젊은이들, 농촌에 홀로 남은 노인들, 이로 인한 지역 공동체의 붕괴는 오랫동안 그가 고민해 온 화두였습니다.

    종이정원만의 차별화된 기술력이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종이정원은 재활용이 어려운 ‘파쇄종이’로 만들어져요. 우리나라의 종이 재활용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파쇄종이는 이물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고, 운반과 보관, 적재가 어려워서 극히 일부분밖에 재활용되지 않았죠. 저희는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일부러 재활용이 어려운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요. 그것이 진정한 ‘업사이클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역 작가들이 직접 그린 그림부터 캘리그라피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씨앗수제카드가 여러장 놓여있다

    지역 작가들이 직접 그린 그림부터 캘리그라피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씨앗수제카드

     

    온리의 종이정원은 생산공정도 독특합니다. 다소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나무틀로 종이를 한 장씩 뜨는 한지 전통 제작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기계처럼 찍어내는 분업이 아니라 한 사람이 수제 종이를 만들고 씨앗을 심고 말리는 3주간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수합니다.

    “제품에 장인정신이 깃들려면 분업으로는 어려워요. 그래서 한 사람이 수제종이 만드는 과정을 전담합니다. 장인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제조원가를 낮추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죠.”

     

    종이정원 제작 과정,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파쇄종이-종이 뜨기-씨앗 심기-건조의 과정의 사진이다.

    종이정원 제작 과정,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파쇄종이 물에 불리기-나무 틀로 종이 뜨기-씨앗 심기-건조

     

    온리의 씨앗엽서 하나하나에는 수제종이 장인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파쇄종이에 물감이나 염료가 아닌 자투리 한지와 신문지, 박스종이를 넣어 자연스러운 색감과 무늬를 내고, 지역 특색을 담기 위해 지역의 디자이너들과도 협력했습니다.

    “국내에서 수제종이를 대중화한 것도 저희가 처음이고, 세계에서 업사이클링한 수제씨앗카드는 저희 밖에 없어요.” 선례가 없는 길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김명진 이사장의 표정에선 그가 고집스레 지켜온 가치와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납니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는 사업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김명진 이사장과 그의 대학 동기들은 지역 안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발생한 수익으로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협동조합의 이름도 전주의 옛이름인 ‘온고을’을 ‘되살린다(Re Design)’는 뜻으로 ‘온리’라고 지었습니다. 이 이름에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협동조합 온리 김명진 이사장님이 카드 두장을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웃고있다.

    협동조합 온리 김명진 이사장

     

    협동조합으로 사업을 시작하신 이유가 있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눔과 배려를 위한 플랫폼으로서 기업을 생각했고, 그것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형태가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대학 선후배들을 후원자 조합원으로 모아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직원 협동조합 성격을 많이 띠고 있어요. 근무하시는 분들이 조합원이 되어 급여나 수익의 일부분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죠.”

     

    협동조합 온리의 조합원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협동조합 온리의 조합원들과 함께

     

    사업을 운영하시면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에코파티메아리에서 현수막 가방을 만들 때 처음 사람들의 반응은 ‘쓰레기를 왜 돈을 주고 사?’ 였어요. 그 인식이 바뀌는 데 최소 5년은 걸렸던 것 같아요.  지역에서는 이런 인식이 더 심해서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 디자인을 이야기했을 때 이해하시는 분들이 1%가 채 되지 않았어요. 우리만의 정관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하겠다고 했을 때도 이를 이해해주는 공무원들이 별로 없었어요.

    지금은 전주에 친환경 가게도 많이 생겼고 업사이클링 공예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지자체에서 ‘핸드메이드 시티’를 표방하며 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는데요. 저희가 이런 변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웃음)”

     

    서울 북촌 매장의 다양한 종이정원 씨앗수제카드가 놓여진 테이블의 사진이다.

    서울 북촌 매장의 다양한 종이정원 씨앗수제카드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부터 자금 조달 문제, 판로를 개척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습니다. 기념품으로 판매되는 제품 특성상 관광업, 여행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경기나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였습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매출의 80%가 줄어들 만큼 큰 타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사업을 계속 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협동조합 온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무엇인가요?

    “지역 자원을 발굴해서 공동체 파괴 문제나 생태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대안 사업 모델’을 만드는 거죠. 중국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더한 빈부격차, 도시격차를 겪고 있는데 그곳에 저희의 사업 모델을 이식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어요. 중국에서 성공한다면 같은 니즈가 있는 다른 국가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명진 이사장은 국내의 척박한 환경에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모두 개척자, 모험가라며 자신 역시 함께하는 생산자들, 작가들, 연계된 기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LG소셜펀드의 지원을 손에 꼽았습니다.

    LG와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셨나요? LG소셜펀드를 통해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요?

    “NPO에서 함께 일했던 분들 중에서 LG소셜펀드에서 수상하신 분들이 있었어요. 옆에서 보면서 LG의 진정성이 느껴져 언제든 기회가 되면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저희는 처음으로 2015년도에 LG소설편드에서 무상지원을 받았는데요, 열악한 시설을 개조하여 매출을 올리는데 큰 도움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덕분에 사회적기업 인증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LG와의 믿음이 이어져 2017년에는 대출지원을 받아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LG소셜펀드는 온리에게 감동 그 자체입니다.

     

    2015년 LG소셜펀드 생산성향상컨설팅 현장의 사진

    2015년 LG소셜펀드 생산성향상컨설팅 현장

     

    지역을 기반으로 일하다 보면 인력이나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요.  저만해도 책상 앞에서 기획만 하다가 막상 생산공정을 안고 끙끙대다 보니 팔목 인대가 다 늘어날 정도였지요. 이때 LG소셜펀드에서 진행한 생산성향상컨설팅이 큰 도움이 됐어요. 생산자 분들의 노동강도를 줄일 수 있는 작업 도구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는데 LG전자노동조합에서 직접 6개월간 여러 차례 방문하셔서 저희의 생산과정을 관찰하고, 작업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전문적인 자문이 이뤄졌고, 그 결과 지금은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도 작업할 수 있을 만큼 작업 공정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이사장님이 여러장의 카드가 판매되고있는 테이블앞에서 수줍게 웃고있다,.

    “종이정원을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협동조합 온리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해요. 폐종이 말고도 원료를 다양화해서 제품 영역을 늘릴 계획이에요. 또한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생각이에요. 북촌에 있는 서울 매장도 해외 진출을 위한 초석인 셈이죠. 종이엽서 하나로 해외 시장 진출을 이야기하는 것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희가 만드는 건 단순한 종이엽서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환경을 살리는 소재산업이고 문화고, 비즈니스 시스템이에요. 이를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출처 : LG 블로그 http://www.lgblog.co.kr/lg-story/lg-csr/80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