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LG소셜캠퍼스 스토리

더 나은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경제 플랫폼

  • Useless를 Useful로, 모어댄 최이현 대표

    2017-12-045504

  •  

     

     

    [LG소셜캠퍼스와 함께하는 사회적기업가] Useless를 Useful로, 모어댄 최이현 대표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버려지는 자동차는 60만 대,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은 재활용됩니다. 가죽시트와 에어백, 안전벨트만 빼고요.

    한때는 우리의 편안함과 안전을 책임지던 견고한 부품이었지만 쓰레기로 버려지던 이것들을 튼튼한 가방, 멋진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 시키는 기업이 있습니다. 자동차 폐기물 업사이클링 사회적기업 모어댄’(http://wecontinew.co.kr)의 최이현 대표를 만났습니다.

     

    '모어댄' 최이현 대표

    모어댄‘ 최이현 대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연구하던 유학생, ‘사회적기업’을 만들다

    영국 유학 시절, 최이현 대표의 석사논문 주제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사회적 책임’이었습니다. 논문을 쓰기 위해 자료를 모으던 중 그는 매립되는 자동차 폐기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논문 말미에 재활용 되지 않는 폐자동차 부품들을 패션 아이템으로 재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덧붙이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 이를 그대로 사업화했습니다. 여기엔 자동차를 좋아하는 최이현 대표의 경험도 한몫 했습니다.

    “영국에서 150만 원짜리 올드카를 몰고 다녔어요. 자동차로 이곳 저곳을 누비며 함께 쌓은 추억이 많아 제가 정말 좋아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주차해둔 차가 뺑소니 사고를 당한 거예요. 수리비가 너무 많이 나와 결국 폐차하기로 했는데 그 동안 정이 많이 들어서 차를 그냥 버릴 수 없었어요.”

    최 대표는 차에서 시트를 떼어내 집에 가져온 뒤, 그것을 소파로 개조해 사용했습니다. 자동차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사업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던 셈입니다.

    현재 모어댄은 폐자동차 가죽시트로 가방, 지갑, 카드지갑, 명함집, 키홀더 등의 패션 악세서리를 만들어 판매합니다. 제품 브랜드명도 지속가능성을 뜻하는 ‘컨티뉴(continew)‘입니다.

    자동차 폐가죽으로 만든 컨티뉴 제품들

     

    자동차 폐가죽으로 만든 컨티뉴 제품들

    자동차 폐가죽으로 만든 ‘컨티뉴’ 제품들

     

    “폐자동차의 가죽으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면 품질이나 내구성에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자동차 시트용 가죽은 원래 수명이 40년이에요. 고온과 습기를 견딜 수 있게 가공되었기 때문에 품질도 좋고, 가격도 일반 가죽보다 4배 이상 비싸죠. 이렇게 좋은 자동차 시트용 가죽이 그냥 버려진다는 게 너무 아깝지 않나요?”

    l 컨티뉴 제품의 제작 과정을 담은 동영상

    창업을 위해 한국에 돌아온 최이현 대표는 매일 폐차장을 돌며 가죽을 수거하러 다녔습니다. 처음엔 하나 같이 ‘그거 가져가서 어디에 쓰려고 하냐’는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고정적으로 가죽을 공급해줄 만큼 그가 만드는 가치에 공감하는 곳이 늘었습니다.

    가죽 공급처는 더욱 확대됐습니다. 자동차시트 생산업체는 남은 자투리 가죽을 버리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좋고, 모어댄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가죽을 수급 받을 수 있는 곳이 늘어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선순환 구조가 생겼습니다.

     

    수거된 가죽은 재단, 세척, 건조, 열가공, 분류, 왁싱 등의 재가공을 거쳐 새 제품으로 탄생한다.

    수거된 가죽은 재단, 세척, 건조, 열가공, 분류, 왁싱 등의 재가공을 거쳐 새 제품으로 탄생한다.

     

    스스로 확신을 갖기 위해 시험대에 오르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최이현 대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팀을 꾸리는 것이었습니다. 스타트업 특성상 한 사람이 일당백의 역할을 해야 하니 역량 있는 팀원들이 필요했습니다. 디자인, 개발, 기획 분야에서 한 사람씩 영입해 2015년 6월, 네 명의 창업멤버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팀원들에게 실제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친구들이 쟁쟁한 대기업 출신들이거든요. 받던 연봉의 절반도 안 되는 조건으로 합류했죠. 그래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던 초반엔 사업 가능성을 많이 보여주려고 했어요. ‘나랑 한 달만 같이 해보자’고 설득했죠. 그게 2년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웃음).”

     

    “함께 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을 거예요.”

    “함께 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을 거예요.”

     

    “처음부터 한국 판매를 계획한 건 아니에요.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이 조성되어 있는 유럽에 판매하려고 했죠. 그런데 우연히 참가한 국내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 시작 2시간만에 지갑 500개가 동이 났어요. 한국에서도 승산이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였죠.”

    탄탄한 아이디어 덕분일까요? 모어댄은 창립 2년 남짓한 회사지만 화려한 수상 내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국 소셜벤처대회 장려상부터 시작해 2015년 아시아소셜벤처대회 대상, 2016년에는 중소기업청장상만 두 번을 수상했으니까요. 오디션 형태의 창업 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에서는 전국 6,600개 벤처기업 중 최종 Top 10에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인기스타 <방탄소년단>의 리더 랩몬스터가 모어댄의 가방을 메고 있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려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랩몬스터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사용하는 ‘개념 아이돌’로 불렸고, 제품은 랩몬백팩‘으로 불리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습니다.

    기사를 통해 이를 처음 접한 최이현 대표는 “멜 줄 알았으면 더 좋은 제품을 줬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고 합니다.

     

    방탄소년단 랩몬스터가 착용하여 화제가 된 ‘엘카 백팩’

    방탄소년단 랩몬스터가 착용하여 화제가 된 ‘엘카 백팩’

     

    “그 가방, 수납이 굉장히 편하거든요. 하지만 제품 수량이 얼마 없는 상태였어요. 사실 2년 전에 만든 1차 모델이라 더 이상 생산하지 않고 있었죠. 급히 생산을 재개할 수 있었지만, 추가 생산 물량도 곧 품절되고 말았어요. 지금도 ‘물건 언제 나오냐’며 고객 분들의 채근을 받고 있죠. (웃음)

    저희 같은 스타트업은 자금이 별로 없으니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두지 못해요. 제품을 빨리 소진하고, 그 판매액으로 또 다른 제품을 개발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좋은 반응에도 물량이 부족해 제 때 대응하지 못하는 부분이 가장 안타까워요.”

    _O7_3887

     

    재활용이 되지 않는 안전벨트와 에어백도 훌륭한 재료가 된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안전벨트와 에어백도 훌륭한 재료가 된다.

     

    쓸모 없는 물건 없듯 쓸모 없는 사람도 없다, 업사이클링과 일자리 창출

    모어댄은 지난해 LG와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LG소셜캠퍼스 금융지원‘사업에서 최고 등급인 ‘파이오니어(Pioneer)’ 등급을 받은 것입니다. 그때 받은 사업 지원 자금은 고스란히 제품 개발에 투입됐습니다.

     

    2016-17 'LG소셜펀드 페스티벌'에서 수상 당시 모습

    2016-17 ‘LG소셜펀드 페스티벌’에서 수상 당시 모습

     

    “오프라인 매장 오픈 계획이 있어 당시 제품군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저희 제품은 새 원료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요.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천 만원이 넘게 드는데, 스타트업이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게 솔직히 만만치 않거든요. LG소셜캠퍼스의 지원 덕분에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폐자원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말고도 모어댄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사회적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창출입니다.

    모어댄은 ‘세상엔 쓸모 없는 물건이 없듯, 쓸모 없는 사람도 없다’는 철학 아래 경력단절여성과 북한 이탈주민 고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스타필드 고양에 새로 생긴 매장 판매사원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남는 시간 동안, 또는 저녁 시간의 일부를 할애해 일을 하는 경력단절여성들입니다. 직업교육을 거쳐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새터민 고용도 늘릴 계획입니다.

     

    성동구 새활용플라자에 새로 연 컨티뉴 쇼룸에서, 최이현 대표

    성동구 새활용플라자에 새로 연 컨티뉴 쇼룸에서, 최이현 대표

     

    “성장이요?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을 뿐인걸요.”

    창업 2년만에 단단한 사회적기업으로 자리잡은 모어댄. 최이현 대표는 조심스레 향후 계획을 펼쳐놓습니다. 내년에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제품 판매 시장을 넓히겠다는 포부입니다. 이를 위해 얼마 전 미국법인 등록을 완료하고 내년 4월 17일 ‘지구의 날’에 맞춰 제품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해외 진출을 앞두고 투자 유치도 고려하고 있어요. 나라 별로 소비자들의 취향이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 나라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일본 남성들은 손에 들고 다니는 토드백이나 작은 가방을 많이 사용해요. 반대로 우리나라는 두 손이 자유로운 백팩을 선호하고, 자전거를 많이 타는 유럽 사람들은 옆으로 메는 메신저백을 많이 써요. 디자인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장에도 잘 어울리는 포멀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외국 사람들은 좀더 캐주얼한 스타일을 많이 찾죠.”

     

    모어댄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들

    모어댄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이지만, 최이현 대표는 모어댄이 사회적기업의 범주 안에만 머무는 것을 경계해 왔습니다. 사회적기업도 ‘기업’이기에,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기에 앞서 사업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이 넓게 뿌리내리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버리는 가죽 활용해서 제품 만들면서 왜 이렇게 비싸냐”는 항의도 “소비자가 비싸다고 하면 제조 공정을 개선해서라도 가격을 낮추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유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덕분에 ‘컨티뉴’ 제품 중 베스트셀러는 인기가 높아질수록 제조 공정을 개선해 가격을 낮추는 ‘가격 역주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_O7_4016

    제가 하는 일이 세상에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었으면 좋겠고, 그게 누군가의 공감을 얻으면 가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모어댄을 운영하면서도 자기만족을 위한 일인지, 정말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인지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해요. 업사이클링·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마케팅의 한 부분으로만 활용하고 있진 않은가도 고민하고요. 누군가 모어댄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를 읽고 공감해 주시면 이런 고민들이 많이 해소되더라고요.”

    사회적기업가로서 어느 정도 인지도와 사업성을 인정 받은 그에게 “지금 어디까지 온 것 같냐”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제 기저귀를 막 떼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것 같아요. 누군가 옆에 있어줘서 가능했지 혼자서는 힘들었을 거예요. 소재의 특이성 때문에 노출이 많이 되었을 뿐, 저희보다 뛰어난 스타트업도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계속 열심히 달려서 언제가 뒤를 돌아봤을 때 ‘아, 우리가 이만큼 성장했구나’ 라고 스스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_O7_4041

     

    * 출처 : LG전자 블로그 http://www.lgblog.co.kr/lg-story/lg-csr/107613